필자의 집에는 피부가 예민한 두 여성이 있어 꾸준히 피부과 치료를 받고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사실 이는 여성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남성 가족 역시 피부과를 자주 찾지는 않지만, 피부 건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반면 필자는 피부미용 분야에 특별한 관심이 없어, 같은 집에 사는 가족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다만 가족이 반복적으로 겪는 문제와 시행착오를 옆에서 보면서 자연스럽게 관련 지식이 쌓였을 뿐이다.
필자 역시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운 피부 알레르기가 많다. 자극성 피부염, 자가면역성 만성두드러기, 각종 알레르기 피부염 등을 겪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식을 시도했다. 체질식을 수년간 실천해보았고, 유명 가정의학과에서 고가의 링거 치료를 받기도 했으며, 일상에서 필요한 자연치유적 접근도 병행했다.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지만, 그중 핵심적 요인은 장이라고 판단한다. 장내 미생물 환경은 피부 염증에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한국인이므로, 한국인의 생활 환경과 식습관을 기준으로 장과 피부의 관계를 중심으로 글을 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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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장증상과 피부트러블의 첫번째 원인
한국인의 장 환경은 구조적으로 부담이 큰 편이다. 고추장, 김치, 라면, 각종 매운 양념, 마늘 등 발효되었거나 자극적인 음식의 섭취 빈도가 높기 때문에 장점막이 쉽게 손상되고 장내 미생물 균형이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장내 미생물총이 불안정해지면 피부 장벽 역시 영향을 받게 되며, 이 과정에서 다양한 염증성 피부질환이 발생하기 쉽다. 대표적으로 여드름의 악화, 입 주위염, 지루성 피부염, 만성 홍조 등은 장의 염증 반응이 피부로 전이되는 전형적인 패턴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한국인의 식습관 특성과 이러한 피부 반응 간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도 매우 많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과거의 어른들은 지금보다 훨씬 짜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었다. 그들의 반찬 구성은 거의 모든 것이 발효식품이었으며, 염도 또한 현재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지금의 아이들과 성인들보다 확실히 건강한 편에 속했다. 즉, 단순히 ‘한국인은 매운 음식을 많이 먹으니 장이 약하다’라는 논리로는 현재의 문제를 완전히 설명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무엇이 달라졌는가. 핵심은 발효 방식의 변화이다. 예전의 전통 발효식품은 자연 숙성과 미생물 활동을 통해 만들어졌지만, 오늘날 시판되는 상당수의 발효식품은 공장식 제조 방식으로 대체되었다. 표면적으로는 발효식품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실제로는 충분한 발효 과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장 건강을 개선하는 효과가 제한적이다. 발효 과정이 축약되거나 생략되어 미생물 구성과 효소 활동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흔히 섭취하는 발효식품은 과거의 것과 품질적 차이가 크며, 장에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도 훨씬 줄어들었다.
진정한 의미의 전통 발효식품을 구하려면 비용도 상당히 든다. 제대로 된 재료, 자연 숙성, 시간과 노동이 들어가는 만큼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대량 생산되는 제품들과 비교하면 질적 차이가 크고, 실제 장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분명하다. 이런 이유로 오늘날 많은 이들이 발효식품을 충분히 먹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장 환경 개선에 필요한 수준의 발효 효능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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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장증상과 피부트러블의 2번째 원인
한국인은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 환경에 노출되는 경우가 유독 많다. 직장과 학업에서 발생하는 압박은 장 신경계를 직접 자극하여 복통, 설사, 변비 등 다양한 장 증상을 반복적으로 유발한다. 이러한 스트레스 자극이 장에 장기간 누적되면 장내 면역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전신 염증 수치가 올라가고, 그 결과 피부에서도 붉어짐, 열감, 트러블 증가 등 눈에 띄는 신호가 나타난다. 특히 스트레스로 인해 폭식과 절제가 반복되는 패턴이 형성되면 장 기능은 더욱 불안정해지고, 염증 반응도 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면 부족까지 겹치는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수면은 장 기능 회복과 피부 재생을 동시에 담당하는 중요한 생리 과정인데,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장은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피부 역시 손상 복구 속도가 늦어져 트러블이 쉽게 가라앉지 않거나 반복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수면 전문가들은 밤 11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반드시 수면 상태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이 시간대는 신체 회복 호르몬 분비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 역시 늘 동틀 무렵에 잠드는 날이 많아 이 부분을 온전히 지키지 못하고 있으며, 이 점에 대해 할 말이 없을 정도다. 또한 필자가 알고 지내는 한 한의사는 장기별 회복 주기에 대한 설명을 자주 들려준다. 그의 말에 따르면 밤 9시부터 새벽 4시까지는 주요 장기들이 순차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이 시간대에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해당 장기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고 한다. 이는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그가 평생 진료해 온 환자들을 기반으로 한 경험적 연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고 한다.
결국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은 장과 피부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이다. 만약 건강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싶다면, 가능하다면 밤 9시에서 새벽 4시 사이에는 반드시 잠드는 생활 리듬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장 신경계 안정, 전신 염증 감소, 피부 재생력 회복 등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피부 트러블이 반복되는 사람이라면 단순한 외용제나 영양제보다 일정한 수면 리듬을 먼저 점검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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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장증상과 피부트러블의 3번째 원인
한국인에게 유당 불내증이 유독 많은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문제는 단순히 유당 불내증이라는 특성만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우유의 품질 편차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시중에는 저가 대량 생산 위주의 우유가 많고, 이러한 제품은 소화 부담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다. 한편, 품질이 좋은 우유는 확실히 존재하지만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높아 꾸준히 섭취하기에 부담이 되는 것도 현실이다. 유당 불내증이 있는 사람이 일반 우유나 가공된 유제품을 섭취하면 장에서는 이를 분해하기 위해 과도한 부담을 느끼게 되고, 이 과정에서 염증 반응이 쉽게 증가한다. 이는 곧 피지선 활성화, 뾰루지 발생, 피부 민감성 증가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패턴을 만든다. 결국 장의 컨디션이 무너질수록 피부는 더 빠르고 더 강하게 신호를 보내며, 피부 문제는 단순 외부 요인이 아니라 내부 장 건강의 지표가 된다.
필자 역시 유당 불내증이 있어, 여러 시행착오 끝에 우유를 선택할 때는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특히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좋은 우유를 사용해 집에서 직접 요거트를 만들어 섭취하는 것이다. 요거트메이커를 활용해 최소 2일 이상 충분히 발효시키면 유당이 대부분 분해되어 장에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 발효 직후에는 형태가 다소 묽거나 일정하지 않아 당황할 수 있지만, 이때 거름망을 이용해 하루 이상 냉장 보관하면 자연스럽게 농도가 짙어지면서 그릭 요거트 형태로 변한다. 이렇게 만든 그릭은 시중 제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가지고 있어, 한 번 익숙해지면 오히려 시판 요거트가 지나치게 달거나 가공된 맛으로 느껴져 손이 가지 않게 된다. 실제로 시중에는 발효를 충분히 하지 않은 ‘가짜 요거트’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직접 만들어 먹는 방식이 장 건강에도, 피부에도 가장 안전한 선택이다.
만약 이 과정이 번거롭게 느껴진다면 첫 단계로는 단순하게 우유 섭취 비중을 줄이고, 마시는 우유를 거의 100% 요거트 형태로 전환하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가 생긴다. 특히 습관처럼 마시는 우유라떼는 유당 불내증이 있는 사람에게 장시간 부담을 주는 대표적 음료이므로 가능한 한 끊는 것이 좋다. 장이 편안해지면 피부는 반드시 그 변화를 반영한다. 작은 식습관 조정이 결국 피부 컨디션을 되살리는 가장 확실한 투자임을 기억하면 좋겠다.